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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찬 포토에세이] 깊어 가는 가을 들판, 한 폭의 그림이다.

김윤찬 2026. 10. 19. 05:05

하늘에서 내려다본 가을의 대지는 거대한 캔버스에 그려진 시간의 모자이크입니다.

초록의 기억을 간직한 칸, 벼 베기를 마친 빈 흙빛의 칸, 그리고 묵직한 황금빛으로 가득 찬 칸들이 저마다의 속도로 계절을 살아냈음을 증명합니다. 들판을 나눈 비정형의 선들은 자연과 인간이 오랜 세월 함께 써 내려간 협동의 시(詩)이자, 삶의 무늬입니다.

 

어떤 칸은 비워짐으로 넉넉하고, 어떤 칸은 채워짐으로 눈부십니다. 군데군데 놓인 하얀 마시멜로(marshmallow) 같은 곤포 사일리지(梱包silage)들은 이 풍요로운 계절이 남긴 따뜻한 흔적이겠지요.

우리의 삶도 이 들판을 닮았습니다. 저마다 익어가는 속도가 다르고, 비워지고 채워지는 계절이 다르기에, 모여서 이토록 아름다운 생의 한 장면을 완성합니다.

가을이 남긴 가장 고요하고 거대한 예술 앞에서 잠시 걸음을 멈추고 대지가 보내는 위로를 가슴에 담아봅니다. 가을은, 참 깊고도 아름다운 그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