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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찬 포토에세이] 남산의 봄, 꽃으로 쓴 연서(戀書)

김윤찬 2026. 4. 10. 08:04

[김윤찬 포토에세이] 남산의 봄, 꽃으로 쓴 연서(戀書)

4월의 남산은 그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화첩(畵帖)입니다. 지난 8일, 겨우내 웅크렸던 생명의 온기가 일제히 터져 나온 서울 남산 북측 순환로 둘레길에서 담았습니다.

길 위에서 마주한 것은 단순한 풍경이 아니라, 대지가 공들여 써 내려간 화사한 서정시였습니다.

 

벚꽃 너머로 흐르는 도심의 여유

흐드러지게 피어난 벚꽃 사이로 보이는 N서울타워는 언제 보아도 반가운 이정표입니다. 새하얀 꽃구름 속에 몸을 숨긴 채 푸른 하늘을 향해 곧게 뻗은 타워의 모습에서, 자연과 도시가 이토록 아름답게 공존할 수 있음을 다시금 느낍니다.

화각(畵角) 안에 들어오는 연분홍빛 벚꽃의 군무(群舞)는 셔터를 누르는 손길마저 조심스럽게 만듭니다.

 

황금빛 물결과 숲의 숨결

나무 데크를 따라 걷는 길은 개나리의 노란 물결이 배웅을 해줍니다. 숲의 초입에서 만난 진달래는 수줍은 분홍빛으로 발길을 붙잡고, 나뭇가지 사이로 부서져 내리는 햇살은 마치 성스러운 축복처럼 어깨 위로 쏟아집니다.

 

그 눈부신 역광 속에 비친 꽃잎의 맥동을 보며, 30여 년간 사진기자로 살아오며 마주했던 수많은 찰나의 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갑니다.

 

남산, 봄의 정점을 찍다

북측 순환로를 따라 걷는 이 길은 단순한 산책로가 아닙니다. 계절의 변화를 감지하고, 그 아름다움을 아낌없이 나누어 주는 치유의 공간입니다.

카메라 렌즈에 담긴 남산의 봄은 찰나이지만, 이 사진들이 여러분의 마음속에서는 오래도록 지지 않는 꽃으로 남기를 소망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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