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찬 포토에세이] 초여름의 찬란한 독백, 타오르듯 피어난 '나리꽃'의 향연
지나가는 이의 발걸음을 단숨에 붙잡고, 저마다의 붉은 빛깔로 숲속의 독백을 건네는 꽃. 쏟아지는 햇살 아래 그 눈부신 존재감에 압도되어 잠시 걸음을 멈추게 됩니다. 이 아름답고 강렬한 꽃의 이름은 바로 '나리꽃'입니다.
백합의 순우리말이기도 한 나리꽃은 백합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 식물입니다. 크고 탐스러운 꽃망울과 바람을 타고 번지는 짙은 향기는, 정원이든 작은 화병이든 머무는 모든 공간을 가득 채우는 엄청난 생명력을 자랑합니다. 흰색, 분홍색, 주황색 등 다채로운 색상이 있지만, 사진 속에서처럼 시선을 사로잡는 정열적인 붉은색과 경쾌한 샛노란 색의 대비는 보는 이의 마음에 벅찬 생기를 불어넣어 줍니다.
꽃잎의 결마다 짙게 밴 색채는 마치 여름을 향해 피어오르는 불꽃 같습니다.
촘촘히 모여 피어난 붉은 나리꽃, 그 강렬함 속에 숨겨진 고요한 이야기가 들려오는 듯합니다.


이토록 화려한 자태를 뽐내지만, 나리꽃의 꽃말은 뜻밖에도 '깨끗한 마음'입니다.
옛이야기 속, 순결을 지킨 처녀의 애틋한 넋을 상징하기도 하지요. 뜨거운 태양 아래서도 흔들림 없이 꼿꼿하게 제 빛깔을 지켜내는 모습을 보면, 겉모습의 화려함을 넘어선 내면의 맑고 '깨끗한 마음'이라는 꽃말이 참으로 깊이 와닿습니다.
바람이 불 때마다 짙은 향기가 코끝을 스치며 계절이 깊어감을 알립니다. 붉은 빛으로, 또 노란 빛으로 저마다의 진솔한 독백을 건네는 나리꽃 앞에 서서 복잡한 마음을 잠시 내려놓아 봅니다.
오늘 하루, 여러분의 마음속에도 이토록 선명하고 깨끗한 나리꽃 한 송이가 활짝 피어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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