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찬 포토에세이] 수줍은 5월의 고백, 작약꽃
초록의 싱그러움 사이로 유독 탐스러운 자태를 드러내는 주인공, 5월의 햇살을 가득 머금고 피어나는 꽃, 바로 '작약(Peony)'입니다.
단단했던 초록빛 꽃봉오리가 수줍게 고개를 내밀고, 이내 온 세상에 환한 미소를 퍼뜨리듯 번져가는 그 찬란한 순간들을 렌즈에 담았습니다.
"꽃이 왜 이렇게 풍성하고 예뻐?"
5월의 길목에서 작약과 마주치면 누구나 한 번쯤 발걸음을 멈추고 이런 감탄을 뱉어내곤 합니다. 꽃이 크고 화려하면서도 탐스러워 우리 옛 선조들은 이 꽃을 '함박꽃'이라 부르기도 했습니다.
장미가 화려한 불꽃처럼 시선을 사로잡는다면, 작약은 부드럽고 우아한 분위기로 마음을 포근하게 채워줍니다. 결이 고운 드레스를 겹겹이 입은 듯한 풍성한 자태 덕분에,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출발을 축하하는 '웨딩부케'로 오랫동안 사랑받아 온 이유를 단번에 알 수 있지요.
백작약, 적작약, 호작약, 참작약 등 저마다의 빛깔로 피어난 꽃들은 5월의 정원을 가장 사치스러운 풍요로움으로 물들입니다.
작약의 가장 매력적인 순간은 어쩌면 단단한 초록빛 봉오리가 붉은 속살을 터뜨리기 직전의 찰나일지도 모릅니다. 40∼50㎝ 남짓 자라난 줄기 끝, 밑부분이 비늘 같은 잎으로 싸여 터질 듯 부풀어 오른 꽃봉오리는 마치 첫사랑을 고백하기 직전의 떨리는 심장을 닮았습니다.
작약의 대표적인 꽃말이 '수줍음'인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입니다. 날이 흐리거나 어둠이 찾아오는 밤이 되면, 작약은 조용히 꽃잎을 닫고 자신만의 비밀을 감춥니다. 가녀린 수줍음을 품고 있다가도, 맑은 햇살이 내리쬐면 황금빛 수술을 당당히 드러내며 활짝 피어나는 반전의 미학. 그 모습에서 살아있는 자연의 위대한 생명력을 목도하게 됩니다.












짧아서 더 찬란한 축복, 그리고 아낌없는 헌신
작약이 우리 곁에 머무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습니다. 개화 기간이 보통 7~10일 정도로 짧기에, 그 찬란한 아름다움은 더욱 애틋하고 소중하게 다가옵니다.
이 풍성한 계절의 끝에서 작약은 우리에게 눈부신 잔상만을 남기지 않습니다. 눈을 즐겁게 하던 꽃이 지고 나면, 땅속 깊은 곳 굵은 육질(肉質)의 뿌리는 인간을 위한 귀한 약재로 다시 태어납니다.
백작약 뿌리: 빈혈 치료와 통증을 가라앉히는 진통제로 몸을 보하고,
적작약 뿌리: 혈압 강하제와 열을 식히는 해열제로 쓰입니다.
피어 있을 때는 온 몸으로 '행복한 결혼'과 '풍요로움'을 노래하고, 떠날 때마저 자신의 가장 깊은 곳을 아낌없이 베풀고 가는 그 고결한 성정(性情 nature, temper)은 깊은 울림을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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