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커피 기원과 한국의 커피 역사의 진실을 알자.
세계 커피의 기원과 한국 커피(coffee) 역사의 진실을 탐구하며, 특히 덕수궁 정관헌(德壽宮靜觀軒)과 관련된 고종 황제(高宗皇帝)의 커피 이야기에 대한 오해를 바로잡습니다.
커피의 기원은 서기 6~7세기경 에티오피아 카파(Kaffa) 지역에서 살던 칼디(Kaldi)라는 목동에 의해 처음 발견되었습니다. 칼디는 염소들이 빨간 열매를 먹고 흥분해서 뛰어다니는 것을 보고 자신도 이 열매를 먹어보았는데, 머리가 맑아지고 기분이 상쾌해지는 것을 느꼈다고 합니다.
칼디는 이 사실을 이슬람 사원의 수도승에게 알렸고, 수도승들은 커피가 정신을 맑게 해주고 졸음을 방지해 주는 등 수행에 도움이 되는 열매임을 알게 되면서 커피는 여러 사원으로 퍼져나갔습니다. 에티오피아 야생 커피나무에서 자란 커피 열매가 인간에 의해 처음 채취되고 사용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에티오피아는 커피의 원산지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한국의 커피 역사는 1861년(철종 12년) 프랑스 신부들이 한양에 오면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당시 프랑스 신부 4명(항드르, 조안노, 리델, 칼레)이 백령도 북방의 월내도를 거쳐 입국할 때 홍콩에서 커피콩을 들고 왔습니다. 조선에 살던 천주교 베르뇌 주교가 편지로 커피를 가져다 달라고 요청하여 처음 40리브르(약 18.1kg)의 커피가 들어왔고, 이후 세 차례 더 요청하여 총 130kg에 달하는 커피가 국내로 유입되었습니다.
이후 조선 정부는 1883년부터 서양과의 교류를 위해 커피를 수입하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커피는 단순한 음료를 넘어 국제적 교류의 상징이기도 했습니다.
이때 커피는 "가배(咖啡)" 또는 "양탕국"이라 불렸으며, 일부 왕족과 귀족 계층만이 즐길 수 있는 특별한 음료였습니다. '가배'는 커피의 과거 우리말 표기이며, '가비', '가배차', '양차', '커피', '코히' 등 다양하게 불렸습니다. 외래어를 사용하지 않은 이름으로는 '서양에서 온 탕국'이라는 뜻의 '양탕국'이 있었는데, 백성들은 주로 이 말을 사용했으며 실제로 커피를 탕처럼 끓여 사발째 마셨다는 설도 전해집니다.
우리나라에서 커피 관련 최초 기록을 남긴 이는 미국의 천문학자 퍼시벌 로런스 로웰(Percival Lawrence Lowell)입니다. 그는 1883년 12월 조선 왕실의 초청을 받아 당시 조선의 정치, 풍속, 문화 등 다양한 분야를 자세히 기록한 책 '조선, 고요한 아침의 나라'에 커피에 대한 내용을 남겼습니다. 이는 고종이 커피를 마시기 수년 전부터 대중들도 이미 커피를 접하고 마셨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있다.
고종 황제와 커피에 대한 오해 바로잡기
고종 황제가 아관파천(俄館播遷)((1896~1897) 당시 러시아 공사관에 머물면서 외교관들을 통해 커피를 처음 접했다고 알려져 있지만, 이는 정설처럼 굳어진 오해입니다.
덕수궁 정관헌 앞 배너 간판
각종 문헌, 그리고 왈츠와 닥터만 커피 박물관장 박종만, 덕수궁 해설사 신주호 등 많은 커피 애호가들은 이러한 우리나라 커피 역사의 왜곡된 진실을 바로 알아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커피를 공부한 필자 또한 이번 덕수궁 탐방을 통해 이러한 커피 일화가 상술에 의한 거짓이며, 단순히 역사와 커피를 연결하여 흥미를 유발하려는 목적으로 만들어졌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덕수궁은 1395년에 건립된 조선시대의 중요한 궁궐 중 하나이며, 특히 고종 황제가 이곳에서 대한제국을 선포하고 근대화를 추진했던 역사적인 장소입니다. 덕수궁은 고종 황제의 사랑을 받았던 궁궐로, 당시의 건축 양식과 정원이 잘 보존되어 있습니다.
최근에는 덕수궁 정관헌에서 커피 관련 행사가 열린다고 합니다. 고종 황제가 커피를 즐긴 것은 사실이지만, 현재 회자되는 고종 황제의 커피 이야기에는 사실이 아닌 부분이 있습니다. 정관헌은 '고요히 바라보는 집'이라는 뜻을 지니며, 1900년경에 건립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 건물은 서양식 기둥과 전통 지붕이 결합된 독특한 형태를 보여주며, 다양한 동물과 식물 문양이 장식되어 있습니다. 특히 소나무, 사슴, 박쥐 등의 문양이 눈에 띄는데, 이는 각각 장수, 황제, 복을 상징합니다.
원래 정관헌은 고종과 순종의 초상화를 제작하고 보관하는 장소로 사용되었으며, 이후 찻집이나 연회장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되었습니다. 2004년에 등록문화재로 지정되었으나, 덕수궁 전체가 사적 제124호로 관리되면서 2008년에 지정이 해제되었습니다. 정관헌은 황실의 보물을 보관하던 곳으로, 고종이 정관헌에서 커피를 마셨다는 기록은 확인되지 않습니다.
한국 커피 문화의 발전
1920년대, 경성(서울)에 최초의 커피 전문점인 "손탁호텔"과 "정동구락부" 같은 곳이 생기면서 한국의 커피 문화가 퍼지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1930년대에 들어서는 "다방(茶房)"인 카카듀, 명월관, 밀림 등이 대표적으로 유행하면서 문인과 예술가들의 아지트이자 토론과 문화 교류의 중심지 역할을 했습니다.
1988년 서울 올림픽이 열리면서 압구정에 최초의 커피전문점 쟈뎅이 오픈했고, 1999년에는 유명한 스타벅스가 한국에 상륙했습니다.
한국에 커피가 본격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한 것은 미군이 주둔하면서부터입니다. 인스턴트커피 '맥심'은 우리나라에서 매우 유명한 브랜드이지만, 사실 한국 토종 브랜드가 아니라 맥스웰하우스와 함께 미국 제너럴 푸드에서 시작한 커피 브랜드입니다. 1980년 동서식품이 제너럴 푸드와 제휴하여 생산하게 된 것이 우리나라 맥심의 시작이었습니다.
필자 김윤찬의 커피 바리스타 관련 자격 등록증(라이선스)입니다.
댓글 영역